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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전문직

디지털 유산 관리자, 죽음 이후의 데이터를 지키는 사람들

by woos11-1020 2025. 10. 16.

서론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이메일, SNS, 사진, 영상, 온라인 계좌, 클라우드 문서 등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사람이 죽은 뒤, 그 방대한 디지털 흔적은 누가 관리할까?

 

바로 그 해답을 찾는 직업이 있다. 디지털 유산 관리자(Digital Legacy Manager)다.
이들은 사망자의 온라인 데이터와 계정을 정리하고,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만 안전하게 전달하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디지털 유산 관리자는 기술과 윤리, 심리적 공감 능력을 모두 갖춘 새로운 시대의 데이터 전문 직업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유산 관리자, 죽음 이후의 데이터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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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유산이란 사람이 사망한 뒤에도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모든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 이메일, 문자 메시지, 메신저 기록
* SNS 계정(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 사진·영상·문서가 저장된 클라우드 파일
* 온라인 뱅킹, 가상자산(코인, NFT 등)
* 블로그, 웹사이트, 유튜브 채널 등 개인 콘텐츠

디지털 유산 관리자는 이 모든 자료가 무단으로 유출되거나 삭제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호한다.
특히 사망자의 SNS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온라인 금융 기록을 가족에게 안전하게 이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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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디지털 유산 관리가 필요한가?

사람은 떠나도 데이터는 남는다.
2024년 기준으로 매일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지만, 그중 대부분의 온라인 계정은 그대로 방치된다.
이런 상황은 개인정보 유출, 피싱, 해킹, 명의 도용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의 페이스북 계정이 사망 후에도 열려 있어 광고성 메시지가 전송된 사례가 있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가족이 고인의 이메일에 접근하지 못해 중요한 계약 정보나 디지털 자산을 잃기도 했다.

디지털 유산 관리자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사후 데이터의 보안·윤리·법적 처리 절차를 대신 수행한다.
즉, 이 직업은 단순한 데이터 정리가 아니라 사람의 마지막 흔적을 존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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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지털 유산 관리자가 하는 일

디지털 유산 관리의 절차는 매우 세밀하고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1. 사전 상담 및 데이터 목록 작성

   * 생전에 고객의 디지털 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목록화한다.
2. 사후 관리 계획 수립

   * 어떤 계정은 삭제하고, 어떤 계정은 추모용으로 남길지 결정한다.
3. 데이터 보호 및 이전 작업

   * 암호화 시스템을 활용해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만 전달한다.
4. 온라인 명예 보호 및 이미지 정리

   * 고인의 온라인 게시물 중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정리한다.
5. 디지털 추모 페이지 운영 지원

   * SNS나 웹사이트 형태의 디지털 추모 공간을 제작해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법률적 이해와 심리적 배려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고인의 데이터는 단순한 파일이 아니라,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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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해외에서 주목받는 디지털 유산 관리 서비스

* 미국: ‘GoodTrust’, ‘Everplans’ 같은 플랫폼이 사용자의 생전 데이터 관리부터 사후 처리까지 담당한다.
* 영국: 정부 차원에서 ‘Digital Legacy Association’을 운영하며, 유산 관리 자격 과정을 제공한다.
* 일본: ‘디지털 엔딩노트’라는 형태로 개인이 생전 데이터 접근 권한을 미리 지정한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사후 산업(Digital Afterlife Industry)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향후 10년 내에 이 분야의 전문 인력 수요는 지금의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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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디지털 유산 관리자가 되려면?

이 직업은 단순히 IT 기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

1. 데이터 보안 및 암호화 기술 지식

   * 정보보호관리사, 개인정보보호 관련 자격증이 도움이 된다.
2. 법률적 이해

   * 상속법,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등에 대한 기본 지식 필요.
3. 심리적 공감 능력

   * 유가족과의 상담 과정에서 정서적 배려가 필수.
4. 디지털 관리 시스템 운용 능력

   * 클라우드 백업, 데이터 이전 도구, 암호화 관리 프로그램 활용 가능해야 함.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유산 관리자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관련 직업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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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디지털 유산 관리의 윤리적 딜레마

이 직업은 매우 민감한 분야다.
고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동시에, 가족의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메일에 개인적인 대화가 있다면 그것을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기술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인간적인 판단과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유산 관리자는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인 동시에 기억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들의 손끝에서 한 사람의 디지털 인생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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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데이터로 남는 또 다른 형태의 존재를 의미한다.
디지털 유산 관리자는 그 남은 흔적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이 존중받도록 돕는 사람이다.
앞으로 이 직업은 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죽음 이후에도 우리의 데이터는 누군가의 손에서 계속 살아 있다.”